Adieu 2021k
2021년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올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조용한 연말연시가 될 것 같지요. 그래도 모두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내실 수 있다면 희망의 봄을 기다리면서 조용한 겨울을 보내는 것은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여기 올해 저희 가족 이야기를 나누어요.
저희 집 2021년은 태영이 졸업식 없는 졸업으로 시작해서 입학식 없는 입학으로 이어졌지요. 태영이는 한국-독일-한국-독일-한국을 오가며 4개의 초등학교를 다녔답니다. 그래도 한번도 그것을 문제 삼지 않은 태영에게 저는 고맙습니다.
하영이의 사춘기도 졸업을 했어요. 이제 하영이와는 시간이 허락할 땐 밤을 새고 얘기도 나눌수 있어요. 그럴 때면 꿈을 꾸는 것 같답니다. 하영이는 얘기를 즐겨하고 이해심이 많은 사람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요.
봄은 언제나처럼 싱그러웠지요. 하영이와 태영이가 공모를 하여 어버이날 저에게 깜짝 선물을 했답니다. 둘이 이제 연대를 하게 된 것이죠. 태영이는 여전히 외할머니의 최고 친구, 최고 보약, 행복을 주는 사람이고요.
저희가 늘 먹이를 주던 길고양이 미우가 이젠 진짜 주인을 만났는지 요즘은 통 보이질 않아요. 좀 서운하지만 그래도 더 잘 지낼테니 행복을 빌어야죠. 가끔씩 아이들이 길에서 만나면 저희는 여전히 미우를 사랑해요. 참 복덩이 묘생이지요?
제가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면 아이들은 온순해지고 애절한 눈빛으로 제 마음을 녹인답니다. 그런데 막상 제가 집에 없는 동안 더 신나게 잘 놀고 잘 지내더라구요!
저는 올해 독일과 이태리로 두차례 여행을 했는데 그것은 총 10회 코로나 검사와 1달간의 자가격리를 동반했지요.
추석 명절의 전통은 성묘인데 요즘 새로운 전통이 생기는 것 같아요 – 젊은이들이 한복 빌려 입고 광화문 일대를 퍼레이드 하는 것 – 하영이가 빠질 수가 있겠어요. 그런데 올해는 도령님으로 분장하셨더라구요. 잘 어울려요^^ 그나저나 경복궁 정말 멋있어요.
아이들의 아빠는 이번 가을 새로운 로펌에 조인했습니다. 젊은 동료들과 일하는 것을 매우 즐거워하네요. 저도 젊은 학생들과 프로젝트 하는 것이 즐거웠어요. 올해 제가 학생들과 벌인 트리플엑스 프로젝트는 비엔나, 헬싱키의 음대와 서울대음대를 온라인상에서 연결해서 함께 현대음악을 만들어가는 프로젝트였는데 세 학교의 참가학생들, 교수님들, 직원들 모두 매우 좋아해서 힘들었지만 뿌듯했습니다. [TripleX@2021] 하지만 역시 제 본업은 피아니스트라는 것도 확인했죠. (디렉터 정말 힘들어요) 지난 달에 베토벤 두번째 앨범이 릴리즈 되었습니다. [The Great Sonatas] 제목을 클릭하시면 동영상/음원으로 넘어갑니다.
하영이의 학교 스토리는 무슨 코미디 영화같아요. 이 여고생들은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무한대인가봐요. 라디에이터에 호떡도 구워먹는답니다!
하영이는 이제 여고시절 1년밖에 안 남은 것이 너무 아쉬워서 신음해요.
아이들은 절대 제 연주회에 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왠일인지 올해 예외로 나타났어요. 그래서 이렇게 가족사진이 오랫만에 나왔습니다.
올해의 슬프고 힘들었던 일 다 날려보내고 즐겁고 안전한 연말과 연시를 지내셨으면 좋겠어요. 성탄을 기다리는 마음에 기쁨과 평화가 가득하시길 바라며
하영, 희연, 일준, 태영 드림